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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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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잘 안다는 것- 원정스님(전 창원성주사 주지 진해청소년전당 관장)

  • 기사입력 : 2019-12-11 20: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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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자의 말에 그냥 그래?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며 살아 왔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은 세월인데, 오늘날 우리는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칫 잘못된 지식으로 자기 주장을 했다가는 바로 그 자리에서 깨갱이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은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된다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세상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더 알아야 될 게 많아지는, 즉 아는 만큼을 섬이라고 한다면 그 섬이 크면 클수록 해안가는 넓어지는 것과 같이 무엇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와 관련되어 인드라망 그물처럼 얽혀 있는 세상살이와 우리네 삶에 대해서 끝없이 더 알아야 될 게 갈수록 알아야 할 게 더 많아지니까 더 적게 말하게 되고 모르면 모르는 줄 모르니까 안다고 말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인가?

    경전에는 어느날 제자들과 숲속을 거닐던 부처님께서 가던 길을 멈추시고 떨어진 낙엽을 한 움큼 쥐어 보이시면서 “이 낙엽이 얼마만큼이냐? 네! 한 움큼입니다. 그래! 이 한 움큼의 낙엽과 이 숲속의 낙엽을 비교하면 얼마만큼 되느냐? 네! 이 숲속의 낙엽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래! 내가 이제까지 너희들에게 얘기한 것은 내 손에 쥔 이 한 움큼의 낙엽만큼과 같고 내가 얘기하지 않은 것이 이 숲속의 낙엽만큼 많다”라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유식학에서는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오직 마음의 지은 바요 그 존재 위에 벌어지는 모든 현상은 오직 알음알이일 뿐이다(三界唯心 萬法唯識)’라고 정의했으며, 유식의 대종장이신 명대의 선지식 감산대사는 선과 교의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수행자들에게 “분별하면 인식(識)이고 분별하지 않으면 지혜이며, 식(識)은 더러움에 의지하고 지혜는 깨끗함에 의지하며, 더러우면 생사가 있고 깨끗하면 모든 부처도 없어진다. 나는 이로부터 유식의 종지를 깨달았다”는 말씀을 남겼다. 노자에도 ‘타인을 아는 자는 지혜로울 뿐이지만 자신을 아는 자라야 명철하다(知人者智 自知者明)’라고 말한다. 해와 달이 같이(日+月=明)하면 낮에나 밤에나 다 훤히 보이는 것처럼….

    원정스님(전 창원성주사 주지 진해청소년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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