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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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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레임덕-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9-11-24 20: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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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부모님의 기일이라서 형제들이 다 모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선친과 모친의 제사를 따로 모시다 형제들이 전국 4대 도시에 흩어져 살다 보니 번거로워서, 형제들이 ‘선친 기일에 어머님도 함께 모시자’는 의견을 장남인 필자에게 제시하기에, 좋은 게 좋다고 다음해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몇 년 잘 지내오다가 작년부터 제사 모시는 시간을 저녁 먹는 시간에 모시자는 의견을 막내가 간 크게(?) 제안을 하기에, 여러 가지로 부모님께 미안하고 예법에 맞지 않지만, 편리한 점도 많아 그렇게 결정을 하였다. 아내가 종부인데 시원섭섭해하면서 무심코 하는 말이 ‘당신도 나이 들다 보니 힘도 없어,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었을 텐데, 동생들한테 권한을 다 넘겨주고 권력누수(?) 현상이 왔다’는 말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세계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도 정권 말기에는 레임덕 현상으로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레임덕을 일명 ‘임기 말 증후군’이라도 하고, 이빨 빠진 호랑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흔히들 정치 지도자들의 지도력이 임기 말에 떨어지는 권력 누수 현상인 레임덕은 임기하고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찍 오면 올수록 불행한 일이다. 인간은 늙어지면 기력이나 재력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늙어지면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이양하듯이, 정치인들도 정권 말기가 되면 레임덕을 최대한 줄여 정권을 이양하려고 한다. TV ‘동물의 세계’에서도 보았듯이 무서운 맹수들도 늙고 기력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권력과 힘센 후손에게 먹이 또는 사랑을 베풀면서 자기의 미래를 대비하고, 왕성한 권력을 자연스럽게 자기를 따르던 후손들에게 이양하여 새로운 지도자를 따르게 한다.

    내 사전에는 레임덕은 없다고 장담을 하는 정치인도 있었지만, 우리의 예를 들면 정권 말기에는 대부분 온갖 고초와 된서리를 맞고 물러나고 말았다. 정치인들의 레임덕은 인위적으로 막기가 힘들다고 했으며, 대통령 중심제의 임기가 있는 한 레임덕은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보통 레임덕은 소유하고 있던 권력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했다. 정권 말기의 레임덕은 권력의 이완작용이므로 새로운 정책을 벌이는 것보다 추진해온 일들을 정리를 잘해야 된다고 하였다. 지인 중에 국회의원이 한 명 있는데, 우스갯소리로 처음 당선됐을 때는 주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만날 사람을 선택을 했는데, 내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요즘은 주객이 전도되어 사정을 해야 미팅이 가능하다는 불평 아닌 불평을 듣고, 어느 누구나 임기가 다 되었거나 늙어지면 레임덕이 오는 것은 필연적인 것 같다. 몇 개월 후면 21대 총선이고, 2년 후면 대선도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역이나 국가를 위해서 일을 떠벌이지 말고,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을 마무리 잘하여 레임덕을 최소화해야 영광스런 명성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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