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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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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제와 고삐- 윤종덕(시인·평론가)

  • 기사입력 : 2019-11-10 20: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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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는 많은 교훈을 준다. 자원이 풍족하지 못한 나라에 다행히 인재들이 넘쳐난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인간의 존재가 이기적이기에 바람직한 방향보다 이익을 좇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서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앞에 추수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고, 경제는 현실(現實)이며, 고삐는 나아갈 방향과 균형을 잡아주는 이상(理想)이기에, 나라가 어려울수록 필요한 것은 그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이 무엇보다도 무겁다.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가 있다. 도요새와 방합(蚌蛤)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팽팽하게 대립하는 방휼지세(蚌鷸之勢)에 어부가 그 이익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지금 당장 수확해야 할 때 순자의 성악설보다는 맹자의 성선설을 선택하는 슬기로운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수확은 다툼이 아니라 협동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간을 소모할 여유가 없고, 목표를 항해 땀을 흘려도 일손이 모자란다. 농번기에 해야 할 적토마의 고삐가 풀리면 망아지처럼 되기에, 고삐를 잘 잡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자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아직도 사려 깊은 사람들은 여전히 땅에다 씨앗을 심는다. 한낱 들풀도 나태주의 시에 의하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는 당면한 문제를 잘 살펴서 일의 순서를 정해야 한다. 성경(聖經) 루가복음 8장에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고 했듯이 포용력으로 더 많은 은혜를 베풀 때 더 많은 은혜를 베풀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국가의 경영에 있어서도 이러하다면, 우리는 지켜보면서 잘 살펴야 한다.

    인생은 일회성이다. 선택과 판단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일을 저질러놓고 후회하면 이미 때는 늦기 마련이다. 오늘의 사회와 국가도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기에 혼탁한 세상이다. 그래서 그 앙금이 침전(沈澱)되도록 기다려야 한다. 경제를 진흥시키는 데도 준비작업과 개선, 실행으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소모적인 다툼으로 일관되어온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위해 실천적 행동을 당장에 옮겨야 하는 시급성(時急性)의 적기(適期)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고삐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말고, 경제의 땅을 일구어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는 황금의 들녘에서 수확의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도 균형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술혁신과 품질향상, 나아가 소비자의 만족도를 한층 더 높여야 할 때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더불어 살맛나는 세상이 되도록 함께 수확의 기쁨을 만끽해보자. 그리고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국난(國難)을 극복할 수 있는 일하는 국가와 국민이 되기를 희망해보자.

    가을 하늘처럼 맑은 맘과 흰솜털처럼 깨끗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 되어, 진정으로 살맛나는 세상 이웃과 더불어 새롭게 한번 만들어 보자.

    윤종덕(시인·평론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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