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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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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04) 제25화 부흥시대 ⑭

“비가 모처럼 많이 오네요”

  • 기사입력 : 2019-11-07 07:48:33
  •   

  • 김연자가 눈을 크게 떴다.

    “우산 있잖아?”

    “네.”

    “나가지.”

    이재영은 김연자와 함께 사무실을 나왔다. 영업을 하지 않는 백화점의 매장은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적치하에서 매장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사라졌다. 에스컬레이터도 사용할 수 없었다. 다만 사람들을 시켜 건물 내부를 깨끗하게 했기 때문에 더럽지는 않았다.

    계단을 내려오자 로비에서 막걸리 파티를 벌이던 경비원들이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그들에게는 식량과 약간의 임금만 지급하고 있었다. 그래도 경비를 하고 싶어하는 실업자들이 많았다.

    “문단속 잘하고 퇴근하게.”

    경비원들에게 지시하고 밖으로 나왔다. 김연자가 우산을 펴들었다.

    “우산은 남자가 들어야지.”

    이재영이 우산을 들고 김연자의 어깨를 안고 파전집으로 향했다. 우산을 썼으나 비가 사납게 들이쳤다.

    파전집은 멀지 않았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으나 몇몇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전쟁 때문에 사람들의 얼굴이 우울해 보였다.

    뚱뚱한 여주인에게 파전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김연자가 손수건을 꺼내 이재영에게 건네주었다. 손수건에서 여자의 향기가 풍기는 것 같았다.

    이재영은 손수건으로 비가 들이친 곳을 대충 닦고 김연자에게 돌려주었다. 김연자도 빗물이 묻은 곳을 닦았다.

    “한 잔 마실래?”

    파전과 막걸리가 나오자 이재영이 김연자에게 물었다.

    “네.”

    김연자가 냉큼 대답했다. 비가 와서인지 파전이 맛이 좋았다. 김연자와 잔을 부딪치고 막걸리를 반쯤 들이켰다.

    “비가 모처럼 많이 오네요.”

    김연자가 창밖을 내다보면서 말했다. 창밖으로 군인 짚차가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차가 달리자 물보라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성식이는 괜찮을까?’

    아들 이성식은 군인이 되어 전쟁터에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김연자가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전방의 군인들이 고생하겠어.”

    “그렇죠.”

    김연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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