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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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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나는 환하게 웃고 싶다- 김유순(경남여성인권상담소장)

  • 기사입력 : 2019-11-06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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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도 평범한 이 말은 2011년 11월 1일 성구매남에게 피살된 여성의 일기장에서 발견된 문구이다.

    2011년 11월, 당시 노래방도우미로 일하던 여성은 성구매남에 의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의 죽음은 연고자가 없다는 이유로 묻힐 뻔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친한 동생에 의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이후 상담소에서는 매년 가을,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그녀를 기리는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단지 한 여성의 죽음만을 추모하는 게 목적은 아니다.

    아직도 휘황찬란히 빛나는, 화려한 불빛 속에서 정작 자신의 빛은 잃어가고 있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응원이며, ‘너를 기억하고 있으니 세상 밖으로 나와 손내밀라’는 메시지이다.

    성매매 현장에는 수많은 죽음이 있다. 작년 12월 22일 천호동 집결지 화재로 2명의 성매매 여성이 사망했고, 2016년에는 여수 유흥업소에서 여성이 업주에게 맞아 사망한 사건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성매매특별법의 제정 계기가 되었던 군산 대명동,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에서도 19명의 여성이 사망한 뒤, 한국사회가 성매매 문제를 인권 시각에서 접근하게 됐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되면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당시 참사현장에서 발견된 여성의 유류품인 일기장에도 ‘사람답게, 여자답게 살고 싶다’라는 소박한 소망이 적혀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가 성매매 현장에 있는 여성에게는 소망으로, 도달하기에 너무 어려운 난제로 다가온다.

    성매매를 ‘자발적이다, 비자발적이다’라며 이분법적인 잣대로만 재단해서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개인의 성을 사고팔지 않는, 또한 사람이 온전히 존중받는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게 먼저 아닐까.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는 어느 누구에게만 당연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그 누구도 소외돼서는 안 된다. 그러한 사회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김유순(경남여성인권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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