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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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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친구- 김영근(대한한의사협회 전국시도사무국처장협의회장)

  • 기사입력 : 2019-11-05 20: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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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나 벗을 지칭하는 말로 한국은 친구(親舊), 중국은 펑여우(朋友), 일본은 도모다찌(友達)를 쓴다.

    친구를 분류해보면 화우(花友·자기 좋을 때만 찾는 꽃과 같은 친구), 추우(錘友·이익에 따라 저울과 같이 움직이는 친구), 적우(賊友·사사로이 무리를 지어 사기나 치고 공갈 협박을 일삼는 친구), 쟁우(諍友·힘들고 어려울 때 사심 없이 충고해 주고 남을 위해 헌신하는 친구), 산우(山友·안식처와 다름없는 산과 같이 편안하고 든든한 친구), 지우(地友·언제나 한결같은 땅과 같은 친구) 등이다. 생사(生死)를 같이할 수 있는 ‘문경지교(刎經之交)’ 는 아닐지라도 쟁우(諍友), 산우(山友), 지우(地友) 정도의 친구가 최소한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로부터 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친구는 누구에게도 친구가 아니다. 성공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

    명심보감〈교우편(交友篇)〉에 ‘주식형제천개유(酒食兄弟千個有) 급난지붕일개무(急難之朋一個無)’ 즉, 술 먹고 밥 먹을 땐 형, 동생 하는 친구가 천 명이나 있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더란 뜻이다. 세상 인심이란 염량세태(炎凉世態)라 권세가 있을 때는 사람들이 아첨하고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별 볼 일 없다 싶으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반드시 떠오르는 인물이 추사 김정희(金正喜)다. 한때 잘나가던 추사가 제주도로 귀양을 가보니 그렇게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나 몰라라 하였지만 그런 그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제자 이상적(李尙迪)이 있었다. 그는 제자에게 해 줄 것이라고는 그림밖에 없어 자신의 심정을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하여 그려준 그림이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歲寒圖)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也)’ 〈논어 자한편〉 구절에서 따왔는데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듯이 세상이 어려워진 뒤에야 참된 선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서로 잊지 말자’라는 장무상망(長毋相忘)을 인장으로 찍었다.

    그렇지만 친구로 삼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는 예로부터 “오무(五無)”를 들고 있다. 이는 무정(無情), 무례(無禮), 무식(無識), 무도(無道), 무능(無能)한 사람을 말한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주위에 마음을 기댈 친구가 없다면 그 사람은 필시 불행한 사람이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친구다. 외롭고 힘든 인생길에서 따뜻하고 정겨운 우정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 친구가 없는 것은 내가 진정성을 가지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필자도 지란지교(芝蘭之交) 같은 친구가 되기 위해 서로 바라만 봐도 힘이 되어 주고, 기쁨이나 슬픔을 함께하면서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같이 날씨도 스산할 때 마음을 툭 터놓고 지낼 친구가 그리워진다.

    김영근(대한한의사협회 전국시도사무국처장협의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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