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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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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경기하강신호-데드크로스- 이혜영(변호사)

  • 기사입력 : 2019-11-05 20: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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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生)보다 사(死)를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빚을 갚지 못해 회생을 하려는 기업들의 수보다 아예 사업을 접고 파산을 신청한 기업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법인의 파산신청건수는 총 691건으로 작년 연간 건수 807건보다 앞서 있다. 아직 3개월이 남았고 통상 연말에 파산신청 기업이 몰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연간 건수는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수준을 넘어 1,000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파산신청이 늘어가는데 비해 재기를 도모하려는 기업회생건수는 급감세를 보여 9월까지 총 회생신청건수는 732건으로 파산신청건수와 격차가 41건으로 좁혀졌다. 파산신청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3.1%로 기업회생신청의 전년 대비 12.1%의 증가속도보다 두 배 빠르다.

    이렇게 올해 법원에 신청되는 법인파산신청 건수와 회생신청 건수를 대비해 보면 파산신청건수가 회생신청건수를 앞지르는 사상 첫 ‘데드크로스’ 현상이 임박했음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서울 인천 수원 등 수도권 법원과 창원지법에서 파산신청이 급증했다. 그리고 회생신청건수는 창원이 역대 최다이다.

    기업이 채무를 갚지 못하는 위기에 빠지면 법원에 먼저 회생신청을 한다. 기업회생제도는 영업이익이 있으나 일시적으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회생에 성공하려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한다.이 제도는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업상 수익이 없는 회사라면 파산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파산을 선택하여 사업을 계속하지 않고 청산을 해 버리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법인회생신청은 파산신청보다 세 배 가량 많았다. 하지만, 파산신청건수가 회생신청건수를 앞지르는 현상은 사상 초유이며, 그 원인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최저 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경영비용 증가, 대기업 매출부진으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 증가, 은행들의 대출만기 연장요건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창원은 기계 조선 중공업 등 전통 굴뚝산업 제조업체가 많은 곳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기반이 되는 뿌리산업이 흔들리는 것이다. 성동조선만 해도 2018년 3월에 회생신청을 하여 4차 매각을 통한 회생을 시도하고 있다.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10일 성동조선이 제출한 4차 매각에 관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였지만, 매각 기한까지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회생절차는 폐지될 것이고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기업인들은 경영난을 겪게 되면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할지 여부를 선택하여야 한다. 기업파산을 해 버리면 기업대표자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그 가족까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기업회생절차를 통해서 법적으로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받아 사업을 재기할 수 있다.

    기업회생제도는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를 구제하여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고자 하는 제도이므로 기업을 운영하는 도중 과잉투자, 경영부진 및 금융사고 등으로 부득이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 기업대표자는 파산을 택하여 사업을 중단하는 것보다 기업회생제도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 사회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기업의 회생·파산 현황은 경기 하락신호로 인식된다는 점과 데드크로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기를 살리려는 노력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혜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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