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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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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정치 그리고 ‘민족’- 이종훈(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9-11-05 20: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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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소리가 ‘단일민족’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단군 할아버지의 자손으로 단일민족이라고 자부하며 열강들에 맞서 지켜온 기상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한민족의 힘은 국권이 위태로울 때 민족주의로 융합돼 강하게 나타난다. 국가금융위기 사태 때 벌인 금 모으기 운동부터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불매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런 자발적인 운동은 ‘공공의 선’이라는 목표가 있어 가능했다.

    ▼한민족임을 내세우는 가장 큰 촉매제는 일본과 북한이다. 일본과 관련해서는 나라를 빼앗긴데 대한 울분과 한이다. 무엇이든지 지지 않으려는 초인적인 근성이 민족의 결집으로 이어진다. 축구, 야구 등 한일 운동경기에서 볼 수 있는 선수들의 결의가 그것이다. 북한과는 같은 민족성에 근거한 정체성이 강하게 발휘된다. 핏줄은 이념이나 종교보다 강한 정치적 ‘탯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족주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어떤 정치세력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순기능을 발휘할 수도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독재를 타파하고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한민족의 힘을 단결시킬 수 있지만 사회·집단·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체주의로 가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독일 히틀러처럼 권력자가 민족주의의 미명 하에 자국민들을 잘못된 방식으로 동원한 역사적 사건도 많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일련의 모습들은 온 사회가 ‘민족주의 수렁’에 빠진 듯하다. ‘반민족’ ‘반일’이라는 낙인을 찍어 공격하고, 자발적 대중운동까지도 ‘관제 민족주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의 유불리만 따지며 민족주의를 활용하는 정치권은 조심해야 한다. 한민족은 정치인들의 ‘포퓰리스트적 민족주의’에 휩쓸리지 않을 만큼 냉철하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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