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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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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대통령의 사모곡 - 김한근(부산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19-11-03 21: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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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근
    김한근

    보통네 사람들은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짠하다.

    얼마 전 중국 흑룡강에 사는 74세 노인 왕일민씨가 99세 어머니를 위해 세상 나들이를 떠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었고 ‘어머니와 함께 한 900일간의 소풍’이라는 책도 냈다.

    왕일민씨는 어머니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어머니가 바깥 풍경을 잘 볼 수 있게 수레 사방에 창문을 내고 평생 희생만 하며 늙어 온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힘들까 봐 ‘천천히 가라’고 하면서 하나 남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어머니는 103번째 생일을 앞두고 눈을 감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와 세상 구경하는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라고.

    아들은 조용히 달아나는 바람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문재인 대통령은 모친인 고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대해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북한)을 그리워하셨고 이 땅의 모든 어머니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편안한 얼굴로 마지막 떠나시는 모습을 저와 가족들이 지킬 수 있었다. 41년 전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후 오랜 세월 자식들만 바라보며 사셨는데, 제가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진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며 모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못다 한 효도에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3일 동안 빈소를 지키기 위해 모친 곁을 거의 떠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에게 드렸던 기쁨보다 불효가 훨씬 많았다고 언급한 대목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슬픈 마음에 띄운 절절한 사모곡(思母曲)으로 보인다.

    모친과 함께했던 추억과 못해준 회한 등을 밤새 떠올리며 정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1978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평생의 회한으로 남게 됐다는 자기 고백을 자서전 운명에 소개한 바 있다.

    모친과의 마지막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다고 한 대목에서도 대통령으로서 안겨드린 기쁨보다 아들 문재인으로 곁에서 챙기는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 의식이 도드라진다.

    이어령 교수는 지인들에게 죽기 전에 꼭 화장장에 가보라고 했다.

    거기 만큼 인생의 스승이 없다고 한다.

    희로애락과 진리, 삶,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많이 배운 자, 적게 배운자 등 한 줌으로 돌아가는 인생열차는 브레이크가 없다고.

    김한근 (부산본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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