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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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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친구에게- 박봉환(카피라이터)

  • 기사입력 : 2019-10-31 20: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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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하네 친구. 나는 아무래도 그곳에 못 갈 것 같네. 그래, 그대 말처럼 일년에 한 번 아니 어쩌면 평생에 한 번일지도 모르는 축제이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번에도 못 갈 것 같네.

    마음인들 오죽하겠는가. 나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인데…, 어찌 축제의 즐거움과 흥분을 느끼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친구, 그대 혹시 아는가?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전국 축제는 한 해 평균 35.6개씩 늘어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축제만 해도 한 해에 3397개나 된다는 걸.

    그리고 그 예산이 한 해에 무려 1조 5455억이나 된다는 것을, 그대 혹시 아는가?

    나는 정말 부럽네. 나는 정말 그 축제가 너무 너무 부럽네. 그래서 가끔은 서민을 위한다는 그 축제가 나에게는 마치 신의 영역처럼 아득하고 아득하기만 하기도 하네.

    그러니 친구. 이번 한 번도 그대와 함께하지 못하는 이 친구를 용서해 주게.

    그리고 혹시 즐거운 축제 중 잠깐이라도,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소득 최하위계층의 자살률이 평균보다 2.73배’나 더 높게 나왔다는 것도 한 번쯤만 생각해 주게.

    자네도 알다시피 그들은 한 달에 몇만 원도 되지 않는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해 온 가족이 왕창 한꺼번에 목숨을 던져야만 했던 ‘송파 세 모녀’의 또 다른 이름들이 아니던가?

    ‘인구 10만명당 66.4명’인 그들 자살인구는 5000만 인구로 환산하면 1년에 무려 3만3200명에 이르네.

    물론 나도 그중의 한 명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자네들 덕분에. 자네 같은 친구 덕분에. 나는 아직도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네.

    고맙네 친구. 그리고 미안하네 친구. 비록 나는 이번에도 또 그곳에 가지 못하지만 폭죽처럼 터지는 축제의 불꽃들이 힘들고 지친 그들의 어깨 위로, 아니 이 세상을 온전히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 모두들 어깨 위로, 축복이 되어 내려앉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또 소망해 보네.

    박봉환(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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