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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10월의 마지막 밤- 정오복 선임기자

  • 기사입력 : 2019-10-30 20: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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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왜 없지. 신곡이 아니어서 여기에 분명 있을 텐데….” 매년 오늘 밤, 노래방에서 목록을 뒤적이던 적잖은 사람들이 당황한다. ‘우우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란 가사가 주는 인상이 워낙 강하다 보니, 원제목인 〈잊혀진 계절〉 대신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부터 심야시간까지 모든 방송은 물론, 전국 노래방에서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이 노래는 데뷔 2년차 신인 이용을 1982년 MBC TV ‘10대 가수 가요제’ 가수왕에 올린 곡이다. 같은 해 KBS TV 대상 곡에 선정된 가왕 조용필의 〈비련〉과 진정한 1위 논란을 빚었는데, 지나고 보니 MBC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 또 녹음까지 마친 조영남이 개인 사정으로 이용에게 곡이 넘어갔고, ‘9월의 마지막 밤’이란 가사가 발매 시기가 늦춰지면서 ‘10월’로 바뀐 점을 보면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잊혀진 계절〉은 무려 35년이나 지난 2017년 3월 엉뚱하게 호출되기도 했다. JTBC TV ‘썰전’에 출연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학생운동 시절 선배였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심 대표는 “동지 시절 김문수는 전설이자 학생운동권의 황태자였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서 ‘박근혜 사수’를 외치는 김문수와 예전에 함께했던 김문수를 한 줄로 말할 능력이 나에겐 없다”면서 “내게 김문수는 잊혀진 계절”이라고 정리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는 버림받은 여자가 아닌 잊힌 여자다.’ 1980~90년대 여성잡지에 가끔 등장했던 문구다. 누군가에게 미움받거나 버림받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잊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에 잊히지 않는 게 있을까. 10월의 캐럴이라는 이 노래도 세대와 세태의 변화에 따라 결국은 잊히고, 그 자리는 ‘핼러윈 데이’가 대신할 것 같다. 문화란 본질적 가치성 못지않게 문화 소비자의 영향력이 더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정오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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