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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한 사람을 지키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 기사입력 : 2019-10-14 20: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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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9월 20일을 전후해서 통계청에서는 전년도 사망원인 통계를 발표한다. 이 통계를 통해 사망 추이를 알아보고 그와 관련된 사회지표를 알아보게 되는데 특히 생명존중, 자살예방사업을 하는 단체나 국가 기관들에는 유용한 자료가 되고 있다.

    2013년 정점을 찍고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줄어들던 자살자 수는 2018년 엄청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17년 대비 2018년은 1207명이 증가해 1만3670명이 되었다. 충격적이고 놀라운 결과이다.

    사전에 그런 기미가 보이기는 했다. 인터넷에서 유통, 조장되는 자살 조장 정보에 대한 시정 요구가 2018년도는 2347건으로 전년 대비 6.8배 늘었다고 한다. 이 결과 작년의 자살 사망자 수는 9.7% 늘어난 결과를 가지고 왔다. 물론 한 가지의 원인이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삶의 돌파구를 찾고 희망을 찾아야 할 사람들에게 절망의 정보를 손쉽게 준다는 것 자체는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무엇인지조차 구별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숱하게 많은 정보 속에서 자살조장 정보는 해마다 무섭게 늘어가고 있다. 자살 조장 정보란 인터넷 포털, SNS를 이용해 자살의사를 표시하거나, 동반자를 모집하는 글 등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어느 유명인의 자살사건과 관련해 심하게 상세히 다룬 10년도 넘은 기사는 여전히 남아 구구절절 친절히 설명하고 있고, 알아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정보들이 무섭게 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정보들이 떠돌아 다니다가, 힘들고 괴로운 이들에게 “힘들면 죽어도 돼”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그 가치 없는 정보는 도움이라도 되는 것처럼 또다시 유통된다.

    사회의 변화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사회의 잘못된 현상을 법으로 바로잡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문제를 파악했다면 하루빨리 시정하고, 민생을 돌보는 것이 국민들이 뽑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나라가 시끄러우니 국민들이 죽어 가도 조용하다. 자살 조장 정보를 퍼트리거나 공유하는 자들에게는 그에 맞는 적절한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 또다시 자살률이 상승하는 빨간불이 우리사회에 켜졌다. 합계출산율이 1명이 되지 않는데 자살로 국민을 잃는 수는 1만3670명이라니, 우리나라에서 자살사건은 위기이며 대재앙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힘을 잃고 위기를 맞이한 우리의 이웃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온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 혼자 힘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할 때 마구 널려있는 잘못된 표지판을 따라 가지 않도록 안전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 안전장치는 우리 개개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과 이웃이 안전하게 살도록 문화를 만들고, 삶의 이유를 찾도록 만드는 것 역시 우리가 할 일이다. 내가 이웃에 대해 가지는 무관심과 자신의 편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이기주의의 결과는 고스란히 나와 내 자녀에게 돌아간다. 그것이 우리가 만드는 문화이다. 따뜻한 이웃의 정이 그립고 서로간의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미는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해 주기를 바라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나 스스로가 해야 한다. 그랬다면 혹시라도 내가 힘들 때 ‘문화’ 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나를 위해 손길을 내밀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의 소중함, 삶의 가치에 대한 공유가 작은 소용돌이가 되어 큰 바람을 일으키기 기대해 본다. 내가 잠자고 있는 이웃을 움직여야 할 때이다. 이웃이 움직여야 마을을 움직일 것이다. 온 마을이 나서서 하나의 생명을 지키고 보듬는 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한 사람을 지키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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