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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목마른 거북이 물을 마시는 명당

  • 기사입력 : 2019-09-20 07: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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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부터 음양택(陰陽宅·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집)을 막론하고 사악한 기운을 퇴치하거나 발복(發福)을 위한 비보물(裨補物·흉한 기운을 막는 물체)로 해태상이나 사자상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자는 비보물 중에 거북이를 으뜸으로 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거북이는 장수(長壽)와 지혜(智慧), 안전과 근성, 그리고 복(福)을 상징한다. 거북이는 오래 사는 신령스러운 동물이며 지혜로 무장해 육지와 바다를 오가며 신(神)의 사자(使者) 역할을 한다. 또한 느리지만 꾀를 부리지 않고 끝까지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때문에 안전과 근성이 있는 동물이다.

    거북이와 연관된 문구(文句)로 영구예미형(靈龜曳尾形·거북이 정기가 발로하는 꼬리를 끌고 가는 형상), 금구입수형(金龜入水形·거북이 물로 들어가는 형상), 부해금구형(浮海金龜形·바다 위로 거북이 떠오르는 형상)이 있다. 거북이 형상의 석물을 주택과 상가, 공장 등의 입구에 두면 흉풍과 살기(殺氣)를 막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거북이 그림은 좋은 기운을 내뿜으며, 어항에 거북이 한 쌍을 넣어두는 것도 좋다. 단, 어항 속의 한 마리가 죽으면 채워서 반드시 쌍으로 두도록 해야 한다. 거북이뿐만 아니라 한 쌍으로 된 것들은 모두 마찬가지다. 만일 땅심이 좋으면서 사주(四柱)에 물이 없는 사람이라면 연못을 만들어 거북이 한 쌍이 물을 바라보도록 설치해 두면 경사가 겹치게 된다.

    대구시 동구 둔산동에 20여 채의 조선시대 가옥으로 경주최씨 집성촌인 옻골마을이 있다. 종택인 백불암고택은 옻골마을의 대표적 가옥으로 조선 인조 때의 학자 대암 최동집이 1616년 옻골에 정착하면서 그 이후에 건립했다. 대암의 5대 손 최흥원의 호인 백불암은 주자학의 ‘백부지백불능(百不知百不能)’에서 따온 글귀로 ‘백 가지 아는 것도 없고, 백 가지 능한 것도 없다’는 지극히 겸손함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백불암고택은 주산(뒷산)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면서 마을의 제일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종택을 포함한 옻골마을은 주산의 중심이 되는 산줄기(용맥)가 마을 안으로 곧장 뻗어내려 왔으며, 마을 양쪽 계곡의 물이 내려오면서 터를 다져 지기(地氣)를 강화시키고 있다. 마을 입구는 수구(水口·바람과 물이 빠져나가는 곳)라 하여 관쇄(關鎖·청룡, 백호가 서로 감싸듯이 좁아진 상태)가 잘 돼 있어야 마을의 생기(生氣)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데, 기실 관쇄의 정도는 약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마을 양쪽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마을 입구에서 합수함으로써 설기(泄氣·생기의 빠져나감)됨을 막고 있고, 입향조(入鄕祖)인 최동집의 이름을 딴 수령 350년 정도 된 회화나무(일명 최동집나무)가 비보(裨補·도와서 모자라는 것을 채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다가 인위적으로 만든 연못과 주밀하게 심은 교목들은 마을 입구를 좁혀 생기가 마을 안에 머물도록 하며 외부의 흉풍과 살기(殺氣)를 막는데 부족함이 없다.

    주산과 청룡(좌측 산), 백호(우측 산)는 나무에 의해 가려져 있으나 돌산이며, 청룡과 백호의 일부는 너무 높고 마을과 가깝게 있어 혈(穴·가옥)을 누르고 있기에 비록 남향집이지만 햇볕의 양이 부족한 편이다. 입구 연못을 판 이유 중의 하나는 주산이 거북 형상으로 목마른 거북이가 물을 마시면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이는 곧 마을의 평안을 바라는 의미와 직결된다. 하지만 갈구음수형(渴龜飮水形)이 되려면 거북이가 남쪽의 연못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데,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어서 물을 마시고 떠나는 것 같은 무정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쉽다 하겠다.

    종택에는 수조가 많아 보기는 좋았지만 돌이 많고, 계곡물이 가까이 흐르는 집에는 습한 기운이 많아서 수조를 두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기가 모이는 조롱박 형상의 마을이어서 ‘사람의 운명은 그가 태어나 자란 산천의 기운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인걸지령론(人傑地靈論)에 부합하는 곳이다. 더구나 주변에는 논밭이 없고 돌산이 많아 밖으로 나가 관직을 얻어야 살 수 있기에 오직 학문에만 매진할 수 있는 대단히 뛰어난 환경을 갖춘 곳이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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