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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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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연계의 지킬 앤 하이드 ‘태풍(Typhoon)’- 김종석(기상청장)

  • 기사입력 : 2019-09-19 20: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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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 스티븐슨 원작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양면성을 다룬 작품이다. 이러한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존재가 기상계에도 있다. 바로 ‘태풍’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역대 태풍 중 우리나라에 가장 큰 재산 피해를 준 태풍은 2002년의 ‘루사(RUSA)’와 2003년의 ‘매미(MAEMI)’이다. 2002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영향을 준 루사는 당시 재산 피해액은 약 5조원, 인명피해는 246명이었다. 2003년 9월 12일과 13일 양일에 걸쳐 영향을 준 매미 경우는 약 4조원의 재산피해와 139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이처럼 우리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태풍의 악한 ‘하이드’의 모습이라면, 선한 지킬의 모습은 어떨까? 태풍의 긍정적인 효과로는 첫째, 적도 부근의 열에너지를 고위도로 이동시켜 지구의 열 균형을 유지해 준다. 둘째, 해수를 순환시켜 적조현상을 없애며, 바닷속에 산소를 공급해 해조류를 풍성하게 하여 어류들에게 풍부한 식량을 공급해 준다. 셋째는 물이 부족한 지역에 일시적으로 물 부족 현상 해소에 도움을 준다.

    이런 과학적인 혜택 외에도 역사적으로 전쟁을 멈춘 태풍도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독일, 미국, 영국의 함정이 아피아의 좁은 항구에 정박해 대치하던 중 1889년 3월 아피아 북쪽을 통과한 태풍으로 인해 침몰하면서 큰 피해가 있었다. 아피아 참상 이후 3국은 사모아를 공동 보호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1889년 3월 아피아를 지나간 태풍을 ‘전쟁을 멈춘 아피아 태풍’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선과 악, 양면성을 지닌 태풍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선은 최대로 활용하고 악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30년간 태풍 발생 통계를 보면, 여름철에 11개의 태풍이 발생해 이 중 2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가을철에는 11개의 태풍이 발생해 이 중 0.7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태풍의 내습 빈도가 높은 여름철이 지났지만, 2018년 ‘콩레이’, 2016년 ‘차바’, 2013년 ‘다나스’의 사례를 보면 가을 태풍으로 인한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평상시 자연재난에 취약한 지역을 사전 점검 보완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기상청 또한 정확한 예측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100%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과학적인 한계를 인지하고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해야 한다. 재난 대응, 태풍 대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종석(기상청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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