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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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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나의 권리와 인권에 대하여-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19-09-18 20: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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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부터 우리 지역에서 ‘인권’이라는 용어가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가 반대측의 ‘동성애 조장’ 등이란 이유로 조례제정을 무산시켰다. 이 조례는 학생들의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하는데도 막무가내 주장으로 반대를 했다. 또 최근에 경상남도 인권보장 조례 개정안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개정안에는 일부 문구 수정과 인권보장 기본계획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과 심의에 관한 사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발의한 도의원은 의정활동을 통해 다문화가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남인권실태조사 자료를 달라고 하니까 집행부에서 없다고 해서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인권’ 하면 동성애로 사고하는 이들의 주장은 어디에 근거하는 것일까.

    ‘인권’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공교육에서도 배웠지만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인권선언문’이다. 왕과 귀족 중심의 절대왕정인 구체제를 전복시키고 다수의 시민계급에 의한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형제애)’를 표방하고 있다. 프랑스 인권선언문은 미국의 독립혁명과 존 로크, 몽테스키외 등 철학자들의 계몽운동에 영향을 받아 종교적 자유, 언론의 자유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선포했다. 인권선언문은 천부인권, 즉 인간이 자연적으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유, 재산, 신체의 안전 그리고 억압에 맞설 권리” 등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여기서의 인간은 세금을 내는 남성을 의미하였고 이후 성인 남성까지 확대되었고, 노예남성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인권선언’은 자산을 가진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대변한 한계는 있지만, 근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었다.

    하지만 이때의 인권에는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다. 프랑스 시민혁명 시 여성들도 함께 투쟁했지만 혁명이 끝나고 ‘여성들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혁명정부는 여성들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남성들과 함께 프랑스혁명에 참여했던 프랑스의 페미니스트 극작가 올랭프 드 구즈가 〈여성인권선언〉을 발표하면서 여성도 인간임을 주장했다. 그녀는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단두대 이슬로 사라졌다. 이러한 여성들의 목숨 건 투쟁에 의해 여성의 참정권은 150여 년이 지난 1944년 획득하게 되었다. 인권은 성별, 인종, 장애, 연령, 종교, 성적 지향 등에 관계없이 그 존재 자체로 양도할 수 없는 자유, 평등을 보장받을 권리이며 차별과 억압에 맞설 권리를 말한다.

    현대에 이르러 인권은 차이의 철학에 의해 더욱 확장되어 왔으며,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 그 자체로 존귀하며 자유권, 평등권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권, 노동권 등 광범위한 권리까지 포함되었다. ‘인간의 권리’라는 인권의 ‘그 인간’에 누가 포함되지 않는가의 문제는 그 사회의 체제와 시민의식, 민주화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문제는 인권선언 이후 250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19세기의 사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권이 뭐길래 ‘인권’만 들어가면 왜 반대를 하는지 어이없는 일들이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다. 나의 권리만 인권이 아니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권리이다. 자신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며 이러한 전제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기본이 되며 인간으로서의 자세이고 예의이다. 타인의 인권을 짓밟고 차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21세기의 인권은 18,19세기의 세금을 내는 남성들만의 인권이 아니듯이 특정한 사람만의 인권을 지칭하지 않는다. 동시대를 살고 있어도 의식의 흐름과 실천은 다르다.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차별한다는 것은 결국 본인도 존중받지 못하고 차별받을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인간이란 존재는 유한한 생명체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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