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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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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62) 제24화 마법의 돌 162

“여기서 이래도 돼요?”

  • 기사입력 : 2019-09-04 07: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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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월은 청운각에 잘 오지 않았다.

    “내 여자 해. 잘 돌봐 줄게.”

    “알았어요.”

    연심이 이재영의 가슴에 안겨왔다. 이재영은 연심의 옷고름을 풀고 저고리를 열었다.

    “여기서 이래도 돼요?”

    연심이 은밀하게 속삭였다.

    “상관없어.”

    이재영은 연심과 사랑을 나누었다. 사랑이 끝나자 연심이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백민이라는 사람을 좋아했어?”

    연심과 나란히 누워서 물었다.

    “기생은 모든 남자를 다 좋아해요.”

    연심이 낮게 중얼거렸다. 기생은 남자가 아니라 돈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돈을 번 기생들은 많지 않았다. 돈을 쉽게 벌기 때문에 쉽게 낭비한다. 많은 남자들이 요정의 기생들에게 돈을 갖다 받치고 패가망신했다. 기생들도 나이가 들면서 요정을 떠난다.

    “그 사람의 시에 여자는 꽃이고 남자는 바람이라고 한 구절이 있어요. 시인은 공허한 작자들이에요.”

    “왜?”

    “같이 살자고 했더니 돈이 없다고 울더라고요.”

    시인과 기생의 사랑 이야기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기생들이라고 이야기가 없을까. 연심도 기구한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열두 살에 기생이 되었고 열여섯 살에 공주 부자 김민석의 첩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죽자 다시 요정으로 돌아와 기생이 되었다.

    시인 백민을 만난 것은 그녀가 23세가 되었을 때였다. 시인은 가난했고 그녀는 몇 달 동안 동거를 하다가 헤어져 요정으로 돌아왔다.

    “연심아, 우리 사랑 한 번 더 할까?”

    “어머, 우리 사장님 기운이 장사이신가 보네.”

    연심이 깔깔대고 웃었다. 이재영은 연심과 다시 한 번 사랑을 나누었다.

    수원의 고무신 공장은 6월이 되자 고무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백 켤레 정도밖에 생산되지 않았으나 공장에서 생산된 검정고무신을 보자 신기했다.

    “아버지, 앞으로 양을 점점 늘릴 생각입니다. 공장의 설비를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원료수입은 원활하냐?”

    “홍콩을 통해 수입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정식이 검정고무신을 들고 말했다.

    “수고했구나.”

    이재영은 검정고무신에 만족했다. 고무신 생산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이정식은 공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땀을 흘려 일하고 있었다.

    6월이 왔다. 이재영은 일주일에 한 번씩 수원을 오갔다. 이정식이 땀을 흘려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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