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열린포럼] 대학 강사의 학자적 역할과 대우- 장성진(창원대학교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9-09-02 20:26:29
  •   

  • 어제부터 대학의 2학기 개강이 이루어지고 학사 일정이 시작되었다. 일정은 여느 해와 다를 바 없지만,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진에게는 미세한 분위기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들 면면과 상호 관계 설정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강사법으로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처음으로 시행되는 시기에, 새로운 기준에 따라 모든 대학이 다급하게 강사진을 확정하고,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위상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다소의 혼란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반적 여론은 법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명분과 실질 사이에 괴리가 크며, 강사로 임용된 사람이 보장을 받는 몫은 작은 데 비해 임용되지 못한 사람이 잃는 기회의 몫은 크다는 점 때문이다. 명분상 대학의 시간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1년 단위 계약으로 3년간 재임용을 보장하며, 방학 중에도 실질 노동에 대한 임금을 주고, 4대보험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얼핏 종전에 비해 크게 처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3년간 교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곧 강의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방학 중 임금은 강의 준비와 결과 처리 기간을 인정하여 고작 2주에 불과하다.

    애당초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11년 말이다. 10년 가까이 시행이 유예되고 수정이 이루어진 것은 대학사회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강사 처우를 개선한다는 원취지와는 달리 수많은 강사들이 자리를 잃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실제로 강사법 시행 직전인 2019년 1학기에 전국의 강사 수는 전해에 비해 7800여 명이 줄었으며, 이 중 전업 강사도 4700여 명이나 된다는 교육부의 통계가 발표되었다. 잠재적 진입 대상인 신규 학위 취득자 등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별다른 지원 대책 없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많은 사립대학들은 강좌수 축소, 전임 교원의 책임시수 늘리기, 겸임교수 제도 활용 등으로 우회하거나 재정 절약 기회로 활용하고 있으며, 국립대학들은 수입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 구조를 두고 전전긍긍한다. 모두 고식적인 수준을 넘지 못한다. 누구도 선뜻 해답을 내놓을 수 없고, 그만큼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근원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하며, 폭넓은 합의가 필요하다.

    먼저 생각할 것은 강사의 정체성이다. 대학 강사의 역할은 다양하다. 전임 교원의 잉여 시수 담당, 특수한 전문 영역 강의, 학문 후속 세대, 연구와 실험의 고급 실무 담당,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담당 등이다. 이들 역할 사이에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강좌 채우기식 수업에 편중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해 대학 교원의 본래 기능 중 하나인 연구 영역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대학 강사에 대해서 학자로서의 기능과 예우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강사의 폭을 넓히는 문제나 이들에게 지급되는 강사료에 노동 시간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노동의 내용물이 엄청나게 힘들여 개발한 지식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대학 교육의 우선 순위이다. 고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위해서는 적합한 공간, 시설, 기기 등이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중심에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환경과 기자재는 대체 가능하지만, 사람은 절대적인 주체이다. 교수 인력 중 강사는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고, 최신 학문을 자주 접하고, 학생들과의 공감 영역이 넓다. 원로 교수의 통찰력과 함께 이들의 참신성은 대학 교육의 스펙트럼을 확보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교육의 우선 순위와 인력의 정체성을 중시할 때 복잡한 문제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장성진(창원대학교 명예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