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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하이힐 세 켤레, 캐리어 서너 개- 김진호(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8-26 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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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속수감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하이힐 3켤레만 신었다는 전언이 나와, 당시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로서 시간을 몇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기자가 청와대(춘추관)를 출입하면서 박 전대통령과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할 기회는 두 번 있었다. 처음은 2015년께로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근무하는 춘추관 지역기자실을 찾았을 때다. 박 전 대통령은 기자가 있는 맨 구석자리까지 와서는 악수를 했다. 기자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정부에서 지원한 마산자유무역지역 구조고도화 사업이 마무리됐다. 직접 현장을 찾아서 격려를 해 주시면 입주기업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이다”고 건의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마산자유무역지역이 과거 수출을 많이 했는데 최근 경쟁력이 떨어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기자가 두 번째로 박 전 대통령과 대면한 것은 2016년 5월 1일 이란을 국빈방문할 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취재차 동행하는 출입기자들과 환담을 할 때다. 기자가 지방지 중에 유일하게 참가했다는 춘추관장의 말을 듣고는 그가 “어떤 분야를 관심있게 취재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창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수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해수담수화 플랜트 이란 수출을 성사해 활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정부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인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해수담수화는 한국이 최고 기술을 갖고 있으므로 이번에 기업간 체결된 양해각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프로젝트를 협력하자”고 제안해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수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었다.

    이후 2016년 12월 9일 박 전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뒤 그도 출입기자들도 사실상 청와대에 갇혀 있었다.

    대통령 탄핵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조대환 전 수석은 지난 22일 펴낸 회고록 ‘남(進), 듬(處), 길(道)’에서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12일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이사하기 위해 수석들과 관저에서 마지막 커피 타임을 할 때 “이삿짐은 캐리어 서너 개, 하이힐 세 켤레”라고 회상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이 재직 기간 내내 하이힐 세 켤레로 버티셨다고 한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하이힐 세켤레로 버티고 이삿짐도 캐리어 서너 개뿐일 정도로 검소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탄핵과 구속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검약(儉約)하지 않아서 탄핵이 되고 수감된 것이 아니다.

    그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지만 지도자로서, 통치자로서 능력과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는 재임 시절 ‘불통의 화신’으로 불렸고, ‘혼밥’을 했으며, 국가의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다가 결국은 국정농단을 초래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군주론’을 쓴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1469~1527)는 “운이 좋아서 지도자가 된 사람은 그 자리를 지키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파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군수, 도·시·군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마키아벨리의 충고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김진호(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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