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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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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나눔문화-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 기사입력 : 2019-08-26 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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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경남생명의전화는 자살예방캠페인의 일환으로 9월 5일 생명사랑 십리밤길걷기를 계획하고 있다. 이 행사를 위해 각계각층의 후원자들을 만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인 경우 드물게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시민이 내는 기부로 운영한다. 외국의 경우는 활발한 펀드 모집으로 사회복지기관이나 비영리민간단체의 특별한 행사나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개인보다는 기업이 돈을 내는 후원으로 거의 고착화되어 있다.

    기부를 하는 기업의 경우는 지난번에 지원을 했으니, 이제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비영리 민간단체나 사회복지법인은 단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의 선한 영향에 대해 뜻을 함께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도움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받은 기부금은 3년 내 모두 목적사업으로 사용해야 한다. 고액 기부는 주로 사업체를 통해 모금되다 보니, 기업의 형편과 경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안정적인 기부문화, 나눔문화가 정착하려면 개인의 살림살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속적인 기부가 이어져야 한다.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다. 여럿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에 충분하다는 말이다. 큰 기업이나 업체의 기부도 당연히 감사한 일이지만, 개인이 하는 지속적으로 하는 기부의 힘은 그보다 훨씬 크다.

    새로운 사업을 위해 기부금을 모으다 보니, 중소기업이 많이 몰려있는 경남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11월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도 자산규모가 탄탄하고 성과도 좋았던 기업이 갑작스레 부도를 맞았어요. IMF는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요.” 라고 한탄하는 사장님이 있는가 하면 “우리는 성과도 좋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주변이 다들 어렵고 힘드니 좋다고 어디 내색도 못하고 경기가 풀리기를 기다려 보고 있어요” 라는 분도 있었다. 이런 사장님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경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은 두 번째다. 경제가 파탄나고 기업이 부도가 나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그것은 그대로 자살률로 이어질텐데 이건 또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걱정이 생긴다. 어려운 시기를 다 함께 이겨내고 견뎌내야 할 때이다.

    마음의 어려움과 위기를 겪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용기와 격려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 경기가 어려울 때 일수록, 사람들이 힘들 때일수록 서로에게 신경 쓰고 마음 쓰는 십시일반이 필요하다. 정서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친구나, 이웃에게 건네는 한마디의 따뜻한 격려, 힘들 것이 예상되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인사와 안부, 그리고 관심 등이 힘들 때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굶어 죽은 탈북민의 사연을 접한 사람들 중에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내 집의 문을 닫고, 내 마음의 문을 닫고, 이웃에게 관심을 끊으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요즘 같은 시대이기 때문에. 주변이나 국가에 도움을 받지 않았음이 안타까울 수 있었겠지만 때로는 어떤 이에게는 그마저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마음의 십시일반으로 내 마음의 한 조각을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나눠주면 좋겠다. 힘든 이가 일어설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혼자서 돕기가 힘들기에 같이 도움 줄 사람들과 함께 힘든 이들에게 마음을 나누면 좋겠다. 지금 우리는 한걸음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어려운 때에 십시일반의 나눔으로 위기를 잘 견뎌 기회로 바꿔 가길 기대한다.

    하선주(경남생명의전화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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