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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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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46) 제24화 마법의 돌 146

“왜 첩을 하려고 그래요?”

  • 기사입력 : 2019-08-12 07: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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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월이 이재영을 끌어안고 교태를 부렸다. 첩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여자는 본 일이 없었다.

    “지금도 첩이나 다름없잖아?”

    “가족들이 인정하는 첩이요.”

    “왜 첩을 하려고 그래?”

    “나는 가족이 없잖아요? 당신 가족이 작은 어머니라고 불러주면 만족할게요.”

    미월은 가족을 갖고 싶어 했다. 기생들 중에는 가족이 없어서 수양딸이나 수양아들을 키우는 여자들도 있었다. 어릴 때는 기생이 보살펴주고 늙으면 그들이 부양을 해준다. 그러나 기생이 늙은 뒤에 학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재영은 당혹스러웠으나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미월이 하루는 안국동의 요정으로 아이들을 모두 초대했다. 아이들에게 이재영과의 관계를 말하고 작은 어머니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아이들의 눈이 커졌다. 류순영은 첩을 두지 말라고 이재영에게 당부했었다.

    아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첩이요? 첩이 좋아요?”

    이성식이 물었다. 이성식도 다시 서울에 올라와 있었다.

    “첩은 호적에도 오르지 않고 남들이 멸시하잖아요? 왜 첩을 하려고 그래요?”

    이성희가 노골적으로 물었다.

    “지금도 나는 첩이에요. 어쩌다가 아버지와 인연을 맺었지만 가족들과 잘 지내고 싶어요. 나는 가족이 한 사람도 없어요. 재산을 탐낼 일도 없어요. 내가 왜 재산을 탐내겠어요?”

    “샛서방이 있을 수도 있지.”

    이성식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요정도 전부 아버지 이름으로 되어 있어요.”

    “그럼 본처가 되지 그래요?”

    이번에는 이성희가 말했다.

    “나는 기생이에요. 본처가 되면 아버지가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어요.”

    미월의 말에 아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기생을 본처로 들일 수는 없다. 미월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원하는 게 가족이 되는 거뿐이에요. 여러분들이 작은어머니라고 불러주면 절이라도 할게요.”

    미월이 간절하게 말했다. 아이들이 듣기 거북한 말까지 했으나 조금도 노여워하지 않았다.

    미월은 아이들에게 잘했다. 아이들에게 옷을 사주는가 하면 불러서 용돈을 주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항상 상냥하게 대했다. 미월은 그렇게 하여 이재영의 가족들이 인정하는 첩이 되었다.

    ‘미월은 슬기로운 여자야.’

    이재영은 미월에게 탄복했다.

    “여보오.”

    하루는 미월이 또 콧소리를 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이었다. 이재영은 미월과 함께 요정의 내실에서 뒤뜰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돈을 금으로 바꾸어 땅에 묻어야 하겠어요.”

    미월이 뚱딴지같은 소리를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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