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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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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잊고 사는 것들- 이경주(시조시인·사진작가)

  • 기사입력 : 2019-07-18 20: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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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월의 매미가 뜨겁게 울고 있다. 칠년이란 유충의 세월을 품고 있다가 겨우 칠일에서 한 달을 살면서도 저렇게 목청껏 살아있음을 노래하는 것이다.

    매미 소리 가득한 칠월의 대학 교정은 온통 수리 중이다. 창틀교체, 석면교체, 노후건물들의 개·보수로 몸살 중이다. 게다가 여러 전문 직업군들의 보강교육, 입시와 취업관련 박람회, 학술세미나가 연일 열려 방학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이다. 유독 주변에 숲이 많아 벌레 또한 날마다 생사를 달리하고, 거미줄 또한 게으름을 비웃듯 자기 영역이라고 우기며 시위하고 있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면 한 번쯤은 돌아보고 점검하여 다시 재정비하여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로 느껴진다.

    단년생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통을 키워가는 식물들과는 달리 동물들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부여받는다. 여름날 석양빛에 반짝거리다 어스름과 사라지는 하루살이의 날갯짓은 한 시간에서 수일을 넘지 못한다. 그 짧은 여정 동안 하루살이는 다음 세대를 위한 알뜰한 작업을 다하는데 암컷은 수컷과 교미하고 수정하여 이삼천 개의 알을 물속으로 보내 다시 이삼 년의 애벌레 기간을 거쳐 단 하루의 생을 기다린다. 이렇듯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 삶이 채워나가면서 겪은 일들은 각양각색일지라도 모두가 의미 있는 하나의 몸짓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명 정치인의 자살로 인하여 다시 우리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의문에서 행복이라는 것은? 등 삶의 근원적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2019년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2.7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을 웃돌 정도로 오래 살아야 하는 숙명을 품은 채 웃픈 현실로 살아야 한다. 작년 대학진학률은 여성이 74%, 남성이 66%에 달하고, 세계적으로 저축률이 20%대인데 우리나라는 35%에서 0.5% 떨어졌다고 난리이며, 인구 오천만으로 지하자원도 미천한 상황에서 세계 GDP 12위를 하고 있어도 만족보단 성장의 고삐만 당기고 있는 곳에 살고 있다.

    개인보단 국가가 먼저라는 사명감으로 가져다준 지금의 성장이, 다른 개발도상 국가들의 부러운 대상이 되기까지 헌신과 희생을 아끼지 않은 세대의 고마움은 분명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간 간과했던 ‘나’를 되짚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성적지상주의, 일류주의를 학습하고 체득한 학생으로, 성공이란 목표로 출세와 성장에 매몰된 사회인으로만 살아,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신과 가족을 비롯한 주변사람과의 관계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왔다. 명예와 경제적인 성취를 위해 스스로를 사랑하고 일상의 행복이 더 소중하다는 가장 단순한 이치를 잊은 채 삶을 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즘 여러 도시에서 자존감의 뿌리를 찾아가는 인문학 교실이 열리고 있다. 특히 창원의 경상대학교병원에서는 여름 두 달간 주말에 무료로 ‘공감과 소통, 그리고 힐링의 인문학’ 이라는 주제로 우리를 기다린다.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의 여정은 언제나 자발적 수고로움이 따른다. 하지만 이 여름 뜨겁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모른다. 잠시 저 매미소리 그친 찰나에라도 ‘여유’라는 보물을 가져보기를 소망한다. 나 자신에게.

    이경주 (시조시인·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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