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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부족함 없이 자란 그들에게 부족한 것- 안상준(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18-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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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모 대기업 삼남매의 갑질행동이 사람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게다가 삼남매의 어머니까지 갑질폭력 의혹으로 뉴스에 거론되면서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러면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인성’ 문제다. 재벌 집안이었으니 분명 어릴 때부터 부족한 것 없이 자랐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이들의 행동 속에는 인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대구 중학생의 학교폭력에 의한 희생 자살사건과 2014년 세월호 참사사건 이후 인성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2015년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됐다. 수십 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는 법안들이 많지만, 이 법안은 야당의원을 포함한 모든 국회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 것만으로 인성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이 법이 시행된 지 거의 3년이 다 됐고 막대한 예산이 사용됐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인성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인성 또한 평가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고, 인성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실시되는 교육을 살펴보면 내실보다는 외형에 치중하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면 인성을 어디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인성교육은 어느 한 영역의 과제가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의 공동 과제다. 먼저, 가정은 인성 형성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되는 곳이다. 인성이 좋은 사람을 보고 흔히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고 말한다. 자녀교육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사람은 부모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좋게 하고 효를 통한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자녀는 도덕적으로 성숙된 부모의 행동을 보고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고,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랄 때 성격이 원만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 모 대기업 삼남매와 같이 볼썽사나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도 가정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많이 주는 곳이다. 그러나 성격이나 인성에 대한 가르침보다는 성적에만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가정에 부모가 있듯이 학교에는 교사가 있다. 교사는 학생들과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의논할 수 있는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학교에서 인성교육은 별도로 시간을 내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과정에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즉, 교육의 과정과 결과에서 인성이 간접적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학교에서 실시하는 인성교육이 실제 삶과 유리되지 않도록 실천중심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인성교육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모르는 국민들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확대한다든지 각종 공모전이나 행사를 활용해 인성교육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론에 등장하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인성을 보고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인성교육이 필요한 건 우리가 아니라 오히려 당신들입니다’라며 반박할지도 모른다. 현재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이 필수인 것처럼 인성교육도 필수 교육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인성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자란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인성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가정, 학교, 사회가 인성교육을 위해 다 함께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하루아침에 당장 변하기는 힘들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마음 훈훈한, 가슴 따뜻해지는 뉴스가 가득해지는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고대해 본다.

    안상준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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