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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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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창성부원군 조민수의 묘

  • 기사입력 : 2017-0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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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말기 무신 조민수(미상~1390년)는 본관이 창녕이다. 왜구와 홍건적의 침입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웠으며, 문하시중(門下侍中)을 비롯한 여러 관직을 두루 지내고 ‘창성부원군’에 봉해졌다. 1388년 이성계와 함께 위화도에서 회군함으로써 우왕을 폐하고 창왕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1389년 이성계 일파의 세력에 밀려 창녕으로 유폐됐다.

    묘의 주산(主山·뒷산)은 물결 모양의 수형(水刑)산으로 학자를 배출하는 산이다. 주산의 능선을 따라가 보니 꽤 많은 사람(일반인이나 풍수학인)이 다녀간 흔적이 있었으며, 묏자리 풍수를 연구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용맥(龍脈)의 형세가 비루하거나 초라하지 않으며 상하로 움직임이 활발하고 좌우로 요동을 치고 있으니 생룡(生龍)이 틀림없다. 생룡이란 주변의 바람과 물이 적절하게 능선에 변화를 가하여 형성된 ‘생기를 머금은 땅’을 말한다. 혈이 맺어지도록 차분히 살을 벗었으며(박환), 이것을 ‘성필이박환위귀(星必以剝換爲貴·산은 반드시 박환돼야 귀함이다)’라 한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고갯마루는 과협(過峽)이라 하는데, 혈처(穴處·좋은 묏자리)를 찾기 위해서 과협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또한 산은 솟았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면서 점차 바뀌어 가는데, 변화돼 가는 산의 형상은 한 치만 높아도 산으로 본다. 조민수 묘의 과협은 뚜렷하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사이사이에 박힌 돌은 용세가 강함을 알 수 있는 증표로 볼 수 있었다.

    좌청룡(좌측 산)과 우백호(우측 산)는 대체로 안정된 형세로 ‘묘’를 향해 부는 바람을 막고 있으며, 묘 앞의 안산은 멀리 있는 바깥 백호를 향한 것이 흠이었으나, 대체로 차분하고 안정적인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묘 아래의 2단까지 둘레돌을 쌓았는데, 둘레돌과 공생하는 ‘지의류(이끼류)’의 상태로 볼 때 주변 공기가 매우 청정함을 알 수 있었다. 묘는 화려하진 않았으나 차분함을 갖췄고, ‘고려문하시중’이라고 쓰인 비석은 봉분을 향해 바람이 치는 곳에 적절하게 세워둠으로써 봉분의 피해를 최대한 줄였다. 옛사람들은 석물(비석, 장명등, 문인석 등)을 설치할 때에도 봉분에 해를 끼치는 바람과 물의 방향을 감안하는 지혜가 있었다. 묏자리는 매우 좋으며 좌향은 술좌진향(戌坐辰向·동남향)이다. 참고로 묘 주변의 바람과 빗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심는 나무로는 백일홍나무(배롱나무), 소나무, 회양목, 향나무, (황금)측백나무 등이 무난하다.

    얼마 전 경북 김천 모처에 쌍분(雙墳)을 한 의뢰인의 부모 묏자리에 대한 길흉을 알고자 감결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묘는 뒤쪽이 산으로 바로 연결된 곳이 아니어서 언뜻 보면 ‘산의 근본이 없는 곳’으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뒤쪽의 주산이 직각으로 꺾이면서 산줄기가 내려온 곳으로 이와 같은 형태를 횡룡이라 하는데, 묘의 뒤쪽에 방향 전환을 한 증거인 귀성(鬼星)이 있어서 근본을 갖춘 묘소였다. 그러나 뒤에서 부는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나무를 심고 흙 둔덕(곡장)을 쌓도록 했다.

    ‘묏자리와 주변’의 지기(地氣·땅의 기운)가 좋은 이유는 묘의 좌우로 물이 내려와서 합수(合水)됨으로 인해 터의 기운을 뭉쳐주기 때문이었다. 비록 좌향은 약간 틀어져 있지만 터의 기운이 좋았기에 ‘묘를 쓰고 나서 집안이 발복했다’는 의뢰인의 말에 공감을 표할 수 있었다.

    창원시 모처에 부친의 묘에 대한 길흉을 알기 원하는 의뢰인이 만일 자리가 좋다면 차후에 모친을 옆에 모시고자 했다. 주산은 험하고 가파르며 묘의 바로 뒤에는 뜬 돌(3분의 2 정도가 지면 위에 있는 돌)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좌청룡과 우백호는 없어서 바람에 무방비 상태였고 절을 하는 자리인 전순(氈脣)은 너무 좁아서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다. 이러한 곳을 ‘산청인수 산탁인우 자연지리(山淸人秀 山濁人愚 自然之理·산이 맑으면 사람이 수려하고 산이 탁하면 사람 또한 어리석은 것이니,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다)라 한다. 의뢰인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장’을 하거나 마땅한 터가 없다면 화장(火葬)을 해서 평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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