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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보은의 가르침이 담긴 우란분재

  • 기사입력 : 2016-07-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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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공스님 (창원 구룡사 주지)


    구룡산의 산 색깔이 녹음으로 푸르러지면서 여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낀다. 올해 여름은 여느 해보다도 무더운 날씨가 예상된다고 한다. 현재 각 사찰은 하안거 수행정진기도 기간이면서 우란분재(백중)를 맞아 조상천도를 위한 49일 지장기도를 봉행하고 있다. 우란분재는 돌아가신 선망부모의 왕생극락과 현존 부모님에 대한 보은의 정신을 되새기는 불교의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우리들은 세상을 살면서 네 가지 은혜 속에 살아간다. 네 가지 은혜란 국가의 은혜, 스승의 은혜, 중생의 은혜, 그리고 부모님의 은혜이다. 불교에서 4대 기념일에 더해 봉행되는 우란분재는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보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란분재의 유래는 부처님 당시 십대 제자였던 목련존자의 어머니인 청제부인이 생전에 악업을 지은 과보로 지옥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알고 부처님께 “어떻게 하면 어머님을 구제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부처님께서 목련존자에게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100가지 종류의 공양을 올려 그 공덕으로 어머니께서 지옥의 고통을 면할 수 있다”고 말하자, 목련존자는 스님들이 공부를 회향하는 백중(음력 7월 15일)에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으로 어머니가 지옥의 괴로움을 면하게 됐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불교는 세간에서의 효행뿐만 아니라 출세간적인 효를 강조한다. ‘장아함’에 “자식은 마땅히 다섯 가지 일로 부모를 공경하고 순종해야 한다. 첫째는 부모를 받드는 데 있어 모자람이 없게 하며, 둘째는 해야 할 일은 먼저 부모님께 여쭙는 것이며, 셋째는 부모가 하는 일에 순종하고 어기지 말며, 넷째는 부모님의 바른 가르침을 어기지 말며, 다섯째는 부모가 하던 바른 가업을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불교의 경전 중에 효 사상을 강조한 것으로 ‘부모은중경’을 비롯한 ‘목련경’, ‘우란분경’ 등에서 보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선종의 동산양개 스님은 “출가는 부모의 은혜를 갚는 길이다. 모든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옴은 모두 부모로부터 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니면 생기지 못하고 천지가 없으면 자라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처음 출가해 스님이 되는 수계 의식 중에 출가한 구도자로서 마지막으로 세 번의 절을 올리는데, 처음에 올리는 절은 국가의 은혜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 올리는 절은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 주신 스승에 대한 보은의 절이며, 세 번째 절은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께 올리는 절이다. 모든 출가 수행자는 이 의식을 접할 때 마음 속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또한 불교에서는 “나의 자식이 출가하면 구족(九族)이 하늘에 난다”고 했듯이, 효행은 100가지 행의 근본이며 효심이 곧 불심이며 효행이 곧 부처님의 행이라고 볼 수 있다.

    금년 병신년에도 우란분재를 맞아 내가 살아가면서 은혜를 입는 모든 생명들에게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보자. 이 세상은 모든 인연 속에 서로 관계를 맺는 가운데서 만들어진다. 우리의 삶의 모습 속에서 윤리적 가치와 도덕적 행위가 내 주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모든 것에 감사할 뿐이다. 세상을 살면서 은혜를 입은 모든 인연들을 위해 기도하자. 그래서 내 수행의 힘과 기도의 원력이 모든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선망부모의 왕생극락과 세상에 환한 광명의 빛이 가득하기를 서원한다.


    신공스님(창원 구룡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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