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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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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어둠 지나 빛이 오는 새벽을 향해

  • 기사입력 : 2016-06-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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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진해 영광교회 목사)


    “당신의 생애에 큰 영향을 받았거나 지금 현재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언젠가 이런 질문을 하루에 두 번이나 받아 본 적이 있었다. 이 질문 앞에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머리에 당장 떠오르는 그 어떤 인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시절과 청년기까지는 그런 대상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쩐지 거의 다 뇌리에서 지워져 버리고 말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탁류의 세월과 각종 사회의 병리 현상 속에서 그동안 존경해왔던 다수의 이름들을 머리에서 하나씩 지워야만 했고, 그들을 통해 가졌던 바른 지도자상의 사표(師表)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존경할 자를 찾기보다 연륜과 위치로 볼 때 바로 나 자신이 자녀들과 많은 이들에게 그 바라봄의 대상이 되어야 됨이 마땅했다. 그러나 그런 면으로의 지금 나의 모습은 너무 연약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실망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내 탓이요’가 아닌 계속 ‘네 탓이요’를 외치는 외식자의 모습일 때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런 나 자신을 돌아보며 자성의 회한을 가져보기도 한다.

    이 사회는 오늘도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극심한 이기주의에서 오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의 싸움들, 경제와 문화, 모든 사회 속의 각종 병리현상들은 세상을 점점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하나님은 빛과 소금이 되라고 사명을 주신다. 그러나 광야의 슬픈 로뎀나무 아래 앉아 우울증상 속에서 탈진해 탄식하는 엘리야처럼 나는 “주여 어찌하오리까?”만 외치고 있다. 이러다가는 평생 격류에 떠내려가는 한 사람의 나약한 필부로만 살아갈 것 같아 그것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런 지친 몸과 마음의 탈진의 현장에 오늘도 오셔서 함께해 주시는 분이 계신다. 오셔서 위로해 주시고 어루만지시며, 다시 일어서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 “네가 어찌하여 여기 이런 자리에 앉아만 있느냐. 그래도 너를 희망 삼고 말없이 기도로 지원해주는 가족들과 수많은 지인들이 있지 않느냐”라고 질책하시는 그분, 바로 탈진한 엘리야를 일깨워 주시던 나의 하나님이시다.

    그렇다. 바로 그분이 계시기에, 나는 오늘도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는 메마른 나 자신의 피곤한 심신의 광야를 다시 극복하고 오염된 사회의 얼룩진 현실의 저 바다를 향해 청정해역의 꿈을 펼쳐 본다. 그리고 진리의 횃불과 정화의 소금을 손에 들고 사명자의 발걸음으로 닫힌 나의 문을 다시 열고 떠난다. 아직은 그들의 사표가 되고 존경의 대상은 충분히 되지는 못하다. 그러나 그래도 나에게 희망을 걸고 기다려 주는 이들과 바른 지도자상의 사표를 찾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래서 하나님이 주신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가지고 오늘도 다시 한 번 새로운 결심을 하며 내달려 간다. 어둠을 지나 빛이 오는 새벽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을 향해. 이정희 (진해 영광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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