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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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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95) 휴식과 사색의 마산 봉암수원지

고요한 수면, 스치듯 지나는 봄바람

  • 기사입력 : 2015-03-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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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 위치한 봉암수원지. 수원지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아늑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성승건 기자/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대규모 저수지인 봉암수원지. 마산 창원 진해 사람들 중에도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수원지가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마산이 고향인 사람 중에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 더러 있고, 특히 옛 진해나 창원쪽 사람들은 마음먹고 가지 않는 한 이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실 창원에 정착한 지 23년이 된 기자도 이곳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3월 중순 말로만 듣던 봉암수원지를 찾았다.

    수원지는 마산자유무역지역 3공구 정문 맞은편 아름다운교회 옆에서 시작된다. 수원지 입구에 공영주차장이라는 팻말은 있지만 주차장을 찾을 수 없다. 입구에 있는 수원지 슈퍼 주인은 따로 주차장이 있는 건 아니고 앞 도로가 공영주차장이라고 했다. 50여 대 주차할 수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들머리에 위치한 입간판에는 1.4㎞란 표시와 함께 수원지까지 800m라고 표시된 안내판도 있다. 봉암로부터 안내판까지 600m쯤 되니, 안내판에서 수원지까지 800m가량 되는 것 같다.

    아름다운교회 오른쪽으로 난 길을 100m가량 올라가니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자동차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길이 차단돼 있다. 초소엔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가 있는 수원지’란 안내간판이 서 있다.

    수원지로 향하는 길은 왼쪽 계곡을 끼고 나 있고 왼쪽 벼랑은 제법 가파르다. 계곡이 가장 깊은 지점에 밧줄을 맬 수 있는 시멘트 기둥이 여러 개 보인다. 이곳은 1970년대까지 해병대 벽암지 교육대 훈련장이었으니 아마도 계곡을 건너는 하강 훈련을 하던 곳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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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암수원지를 둘러싼 산책로.

    수원지로 나 있는 길은 평균 폭이 5m가량 된다. 길 양편에는 소나무가 우거져 시원한 솔숲 터널을 이루고 있다. 수원지에 가까워질수록 길 폭은 더 넓어지고 아름드리 소나무도 많이 보인다. 숲길은 경사도가 심하지 않고 산책하기 좋아 평일인데도 등산복 차림의 나들이객이 많다.

    길 모퉁이를 돌고 나니 어느새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새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그러다 갑자기 계곡 사이를 가로막은 웅장한 제방이 드러난다. 제방높이 23m, 길이는 73m이다. 댐 오른쪽으로는 수원지에 이르는 돌 계단이 있다.

    수원지를 소개한 안내판에 이렇게 씌어 있다.

    “이 수원지는 1928년 착공 당시 인구 3만명과 계획 급수 인구 6만명을 위한 저수용량 40만t 규모로, 1930년 준공했다. 그 후 급수 수요 증가로 1953년 12월에 제9대 이병진 시장이 제방을 숭상해 저수용량을 60만t으로 확장했으나 1970년대 급격한 인구증가에 따라 절대 용량 부족으로 1984년 12월 31일 마산권 지방상수도 확장사업을 완공해 이 수원지를 폐쇄했다. 2005년 민선 황철곤 시장이 문화재청에 문화재로 등록했고, 2009년 2월 수원지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용한 자연 친화적인 탐방로와 휴게시설 확충으로 시민들의 중요한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제방 아래쪽엔 수문이 있고, 수문 앞쪽엔 분수와 쉼터, 운동기구 등도 있다.

    제방 오른 쪽으로 수원지에 이르는 계단을 따라 오르니 드넓은 수원지가 펼쳐진다. 동시에 아~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마산 도심 산속에 둥지 튼 수원지는 장관이다. 팔용산 아래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푸른빛으로 찬란한 호수가 있다니…. 잔잔한 수면만큼이나 조용하고 한가로운 곳. 전국 어떤 저수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호수 둘레길은 1.5㎞가량 된다. 둘레길은 왼편 제방 위로 가거나 오른편 길 어느쪽으로 선택해도 된다. 제방을 따라 왼편으로 들어섰다. 길 바닥엔 짚으로 짠 멍석이 깔려 있다.

    수원지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저수지엔 오리들이 노닐고 수원지 둘레길 곳곳에 쌓아둔 돌탑이 눈길을 끈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간간이 쉴 수 있는 정자도 나온다. 걸으면서 수원지 물을 한번 만져 볼 수 있다. 물이 맑고 깨끗하다.

    쉬엄쉬엄 걸으면 둘레길을 걷는 데 30분가량 걸린다.

    봉암수원지는 힐링이 대세인 요즘 조용하게 사색하면서 산책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휴식과 사색, 산책을 원하는 이들에게 봉암수원지를 한 번 다녀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어떻게 만들어졌나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니 봉암수원지는 일제 강점기에 건설한 저수지로, 우리나라 근대 상수도 관련 토목 유산으로 그 존재가 희귀해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돼 있다.

    제방은 현재 돌로 마감돼 내부 구조는 알 수 없으나 배수관을 설치하기 위해 철근 콘크리트 구조 또는 철근 콘크리트와 모래와 흙으로 쌓은 복합형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제방의 평면(밑면) 형태는 계곡의 상류 쪽으로 돌출한 아치형 구조이며 상단의 길이는 약 73m이다. 제방 오른쪽에 여수로가 있는데 3개의 아치가 연속해서 결합한 구조이다.

    제방의 단면은 사다리꼴 형으로 추정되고 표면은 거칠게 가공한 사각형의 돌로 쌓아 마감했다. 이 돌 틈 사이는 시멘트 모르타르로 충진했다. 주변에 관리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철거되고 없다.

    바닥은 암반을 그대로 이용했으며, 여수로에서 제방으로 물이 넘어 올 수 없게 차단벽을 설치했다. 제방 상단의 중앙에는 반원형의 취수탑을 설치했는데 상중하 3단의 취수구를 설치했다. 제방의 하단에는 배수구를 설치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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