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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12) 10만원권 지폐 도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순신이 거북선 앞세워 독도를 지킨다?

  • 기사입력 : 2013-04-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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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 학생의 의견을 토대로 만들어 본 10만 원권 도안.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독도, 남대문을 모델로 했다. /그래픽= 김문식/

     

    대입 논술이나 면접에서는 수험생의 독창적이고 논리적인 답변이 중요하다고 하죠. 다른 수험생들과 차별화된 생각이나 주장을 하면 아무래도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대입뿐만 아니라 입사 면접시험이나 로스쿨 면접시험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10만 원권 지폐를 만든다면, 인물과 배경 도안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가상 질문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볼까 합니다.

    글짱: 대입 면접장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할 것 같아요. 교내 토론동아리에서 다뤄 볼 만한 주제네요. 지폐 인물은 우리나라를 상징할 만한 위인이 좋지 않을까요?

    글샘: 지금까지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이순신, 세종대왕, 이이, 이황, 신사임당이 선정된 거라고 할 수 있지. 청소년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드러낸다면, 정치적 역학관계는 조금 제쳐두고 제안하는 게 창의적이지 않을까? 물론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있다면 그에 걸맞은 논리를 내세워 자기 생각을 얘기하면 되잖아.

    글짱: 저는 이순신 장군을 10만 원권에 한 번 더 등장시켰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아이유가 나오는 드라마에서 ‘100원짜리 논란’도 있었지만, 이순신은 우리나라 최고 고액권이 될 10만 원권 지폐에 자리 잡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글샘: 대부분 학생들은 새로운 인물을 거론하던데, 넌 조금 독특하구나. 창의적인 답변을 생각하라니까 너무 튀는 건 아닐까?

    글짱: 왜요? 이미 등장한 인물은 쓸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세계 해전사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을 지폐에 부각시키는 건 의미 있잖아요.

    글샘: 하지만 국민 공감대라는 것도 외면할 수는 없어. 다른 위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반론에 부딪힐 수 있으니까. 그럼 뒷면에 들어갈 배경 도안은 어떤 걸 생각하니?

    글짱: 학생답게 얘기하자면, 뒷면엔 독도와 거북선을 넣었으면 해요. 앞면의 이순신 장군 옆에는 국보 1호인 남대문을 덧붙이고요. 최근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개정하면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왜곡하는 걸 보고 생각 난 거예요. 우리 정부는 한일관계 마찰을 우려해서 너무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듯하거든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계속 주장한다면 우리나라는 지폐에 독도를 넣는 방법으로 강력하게 대응해도 될 것 같아요.

    글샘: 이런 생각이 현실적으로 이어지려면 반대론자들의 논리적 근거에 맞설 수 있는 또 다른 논리가 필요할 거야.

    글짱: 지금은 갑자기 얘기하는 거라서 제 주장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찾아보고 준비한다면 대입 면접장에서는 자신 있게 제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거예요.

    글샘: 그런 과정도 논술이나 면접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겐 꼭 필요하단다. 미국 달러화에는 워싱턴·링컨 등 역대 대통령이, 영국 파운드화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프랑스 프랑화에는 작곡가 드뷔시·작가 생텍쥐페리·화가 세잔느 등이 나오지. 그리고 네덜란드의 굴덴화나 스리랑카의 루피화처럼 인물 초상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도 있긴 하단다. 프랑스는 1993년에 50프랑짜리 지폐를 만들면서 소설 ‘어린 왕자’ 그림을 새겨 넣었다고 하더구나. 영국에서는 지난해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음악계의 전설 비틀스가 새 지폐의 후보로 올랐다는 외신보도도 있었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현존 인물은 배제하고 있지만, 현존 인물의 벽을 뛰어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 몇 년 전 한국은행에서는 여론조사 등을 거쳐 5만 원권과 10만 원권 지폐 도안 인물 후보 10명을 압축한 적이 있단다. 그때 후보로는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이었지.

    글짱: 그 당시 후보 선정을 할 때 논란이 있었다죠?

    글샘: 국민들의 생각은 다양했어. 통용 중인 지폐에 세종대왕, 이이, 이황의 초상화가 있다 보니 이씨가 너무 많다는 게 논란이 됐지. 그리고 조선시대 인물들뿐이라 대한민국의 흔적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대두됐어. 그런 분위기 속에서 독립투사 백범 김구와 여성 인물인 신사임당, 과학계 장영실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결국 5만 원권에 신사임당만 확정되고, 10만 원권 발행 계획은 무산됐단다.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거야.

    글짱: 그렇지만 독도 도안을 넣는 의견도 금융 당국이나 학계에서 토론의 장을 마련해 공론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샘: 일본을 염두에 두고 독도를 지폐에 등장시키는 것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감안해서 광개토대왕을 도안에 넣는 문제 같은 건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겠지. 그런 과정을 통해 국민의 역사의식과 민족 통합의 의지를 담을 수도 있으니까.

    글짱: 그런데 글샘은 어떤 인물을 10만 원권 지폐에 넣으면 좋다고 생각하나요?

    글샘: 네가 얘기한 이순신과 독도 도안에 한 표를 던지고 싶구나. 현존 인물도 가능하다면 피겨 여왕 김연아를 추천하고 싶어.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 현실을 보노라면, 과학계 인물로 힉스입자를 처음으로 ‘힉스’라고 명명한 것으로 알려진 물리학자 이휘소(1977년 타계) 박사를 넣었으면 좋겠어. 오늘은 논술탐험은 이 정도 수준에서 마치자꾸나.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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