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그곳에 가고 싶다] 남해 대국산성

오늘의 산성은 아름답지만, 옛날의 산성은 아팠으리라
해발 376m 대국산 정상에 위치

  • 기사입력 : 2012-10-04 01:00:00
  •   
  • 남해군 설천면 진목리 대국산 정상의 대국산성. 남해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대국산성 연지


    남해군 설천면 진목리 대국산성. 현성(懸城: 현의 소재지를 둘러싸고 있는 성)이었던 성산성에서 동북 방향으로 설천면과 고현면의 경계지점인 해발 376m의 대국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대국산성에 오르면 남해군 설천면 앞바다와 남해읍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세상사에 지친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974년에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됐다.

    대국산성에 가려면 남해군 고현면 남치, 관당마을에서 가는 길과 설천면 정태, 내곡, 동비, 진목마을에서 가는 길이 있는데, 울창한 숲길을 피하고 대국산성에 오르기 전에 보물섬이라 불리는 남해의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먼저 눈에 담고 싶다면 설천면의 해안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 후 진목마을을 거쳐 오르는 것이 좋다.

    고려에서 조선시대 때 무수한 유배객들이 자신의 적소로 건너기 위해 나룻배를 탔던 노량해협의 거센 물살 위로 뻗어 있는 남해대교를 지나 노량삼거리에서 차를 왼쪽으로 돌리면 해안도로를 따라갈 수 있다.

    농촌과 어촌의 따스한 정취를 번갈아 감상하며 설천면 해안길을 따라 20여 분 달리면 진목마을 입구에서 대국산성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10여 분을 더 오르면 작은 주차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수목이 우거진 산길을 잠시 오르면, 드디어 대국산성을 만난다.

    언제 쌓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국산성은 부근에 있던 옛 남해현을 지키던 읍성으로 추측된다. 성 안에서 출토된 토기 조각, 기와, 자기 조각 등을 고려할 때 대국산성은 삼국시대에 만들어졌으며, 조선시대 때에는 왜구를 막는 데 이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성은 둘레 1.5㎞, 높이 5~6m, 폭 2.4m로 성벽의 바깥쪽은 깬돌을 이용해 겹겹이 쌓아 올리고, 안쪽은 흙과 자갈을 섞어서 채워 넣었다. 성 안에는 ‘대국산성 연지’라 불리는 연못이 있으며, 연지가 내려다보이는 평탄면에 조성된 ‘대국산성 건물지’라 불리는 곳에는 주춧돌이 놓여져 있다.

    대국산성에 오르면 설천면 앞바다는 물론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데, 왜구의 잦은 침입 때문에 산 정상에 성을 쌓아 대비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섬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생각하면 마냥 아름다움만을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국산성 내의 안내판에는 이 성의 축조와 얽혀 있는 두 가지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두 전설 모두 ‘내기’가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전설은 대국산 아래 비란마을에 살고 있던 ‘청이 형제’의 이야기로, 같은 마을에 사는 한 처녀를 차지하기 위한 내기에서 비롯된다. 처녀가 한 벌의 두루마기를 만들 동안 형은 30관의 쇠줄을 발에 묶어 20리 길을 왕복하기로 하고, 아우 ‘청’은 대국산에 돌로 성을 쌓기로 한다. 처녀가 두루마기를 다 만들었을 때, 동생은 이미 성을 완성한 데 반해, 형은 제 시간 내에 돌아오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이후 동생은 형의 죽음을 원통해 하면서도 이 산성을 이용해 밀려오는 왜구를 막아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전설은 조선 경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 씨 성을 가진 뛰어난 장수는 일곱 시녀가 저녁밥을 짓는 동안 성을 쌓는 내기를 하는데, 그가 부채 하나를 들고 산허리에 올라서서 바다 쪽을 향해 부채질을 하자 커다란 바위들이 새까맣게 날아와 산꼭대기에 저절로 성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바닷속에서 날아온 돌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대국산성의 성돌에서는 굴 껍데기나 조개 껍데기가 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천 장군을 모시던 사당터가 아직 남아 있다.

    재미난 것은 내기라는 소재와 함께 두 전설이 모두 성을 하루아침에 쌓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축성의 고단한 부역을 담당했을 백성들의 현실적인 삶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 외에도 대국산성과 관련한 전설은 두세 가지 정도가 더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주변 가볼 만한 곳

    △문항어촌체험마을= 해마다 2만6000여 명의 체험객이 방문하는 체험마을로 바지락과 굴, 쏙, 우럭조개, 낙지 등의 수산물이 풍부하다. 갯벌체험과 선상낚시, 개막이 고기잡기, 후리그물 등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마을 앞 두 개의 섬에서는 간조 시 육지와 연결되는 모세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

    △남해충렬사= 충렬사는 노량 앞바다의 푸른 물결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노량마을 해안 언덕배기 울창한 숲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거룩한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이 충무공은 노량해전에서 순국하고 아산으로 운구되기 전 3개월간 이곳에 안치됐다고 한다. 매년 이순신 장군의 순국일인 음력 11월 19일 기형제례가 열린다.

    글·사진= 김윤관 기자 kimyk@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윤관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